양평로 칼럼/ 문영주 편집국장
소규모항 개발로 어민 삶의 질 향상될 지 의문
어항 건설 더 이상 할 데 없으니 이런 사업한다 얘기 나올 수도
시범사업 해 보고 가능성 만들어 전국으로 확대해야

 
해양수산부가 지난 1월 25일 이낙연 총리에게 보고한 올해 주요 업무 계획 중 가장 눈에 띠는 것이 ‘어촌 뉴딜 300’사업이다. 이 사업은 개선이 필요한 300개의 소규모 어항·포구를 선정해 해상교통시설 정비, 해양재난사고 대응, 이용자 안전시설 보강, 어촌관광 수요창출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정비하는 사업이다.

전국 연안과 도서지역의 소규모 항·포구 300개를 재정비해 어촌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어촌지역의 인프라를 재정비하고, 정주여건 개선과 일자리 창출, 신규인력 유입 등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문제가 한 두 개가 아니다.
먼저 해양수산부가 어느 영역까지 사업 대상으로 할 건지가 분명해야 한다. 소규모 항·포구만 정비할 건지 항·포구 인근 환경은 어떻게 할 건지를 검토해야 한다. 지역 개발은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 맡고 있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해양수산부가 할 수 있는 것은 항·포구에 불과하다. 그럼 항·포구만 정비해 이런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해양수산부가 어항 건설이 대부분 마무리 되니까 예산을 쓸데가 없어 이 예산을 이런 데로 돌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을 수 있다. 
또 항·포구를 어떻게 개발할 건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어항기능을 확대하는 것인지, 복합 시설을 만들 것인지 등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항·포구와 연결된 도로나 주변시설은 어떻게 정비할 건지, 이를 위해 지자체와 어떤 협력 관계를 만들건 지 준비해야 할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소규모 항·포구를 정비한다고 어촌관광수요가 창출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소아적 사고다. 인프라가 잘 깔려 있는 명소가 한 두 개가 아닌데 10억~20억원 들여 소규모 항를 정비했다고 해서 관광객이 몰릴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꿈같은 얘기다. 해양수산부는 레저전용 선착장 신설 및 유서 깊은 항·포구 복원을 통해 어촌관광 수요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소수 몇사람 요트를 즐기는 사람은 좋을지 모르지만 실제 관광수요를 창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외국 관광객들은 우리나라에 잠시 머물다 일본으로 간다. 그것은 판문점도 있고 보기 어려운 볼거리가 있지만 그 다음 즐길 거리가 없어 일본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어느 한 곳 볼거리만 만든다고 해서 모든 것이 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편하게 올 수 있고 인근에 먹거리, 볼거리가 잘 연계돼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로, 항만 등 인프라가 잘 만들어 져 있어야 한다.
또 정부는 항·포구 생활 인프라 확충 및 경관제고를 통해 정주 여건을 개선함으로서 어촌마을을 재생시키겠다고 했다. 항· 포구 개선이나 정비를 통해 어촌정주 여건을 개선시키겠다는 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다. 귀어자나 현지 어업인들의 정주 여건은 이런 인프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어촌 안에 어떤 콘텐츠를 담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정주여건을 개선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고 모양만 바꾼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 사업은 자칫 잘못하면 어항 정비사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다. 
또 이것은 결코 해양수산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아니다. 행안부, 지자체와 사전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 해양수산부가 소규모 어항을 정비하면 행정안전부나 지자체가 어떻게 이를 연계해 나갈지 같이 묶어서 검토해야 한다. 부안 모 어항을 개발할 때 지자체와 협의가 잘 안돼 어항입구는 왼쪽에 있는데 도로는 오른쪽에 나와 있는 그런 부조화가 나타나선 안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동·서·남해 소규모 항·포구 중 샘플을 선정해 시범적으로 정비해 문제를 걸러내는 게 필요하다. 한꺼번에 항·포구를 정비한다고 예산을 투입할 경우 표시도 안나고 예산만 낭비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아무리 좋게 음식점 겉모습을 만들어 놨다고 해서 손님이 찾아 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항·포구 개발이 개수만 늘리는 게 좋은 건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규모화하는 것이 좋은 건지 다각적인 검토도 필요한 시점이다.
또 정부가 당장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우선 순위로 이런 정책과제를 구상했다면 이는 반드시 실패할 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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