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잘서야 승진, 이런 풍토 만들면 안 돼" 우려 목소리
“공기업 취업 비리 다를 게 뭐 있냐” 불만 고조
이동빈 행장, 리더십 상처…인사 독립성도 훼손

지난해 말 단행한 수협은행 인사를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인사는 수협은행이 중앙회로부터 독립한 뒤 단행된 첫 번째 인사이며 수협은행 첫 초대행장이 된 이동빈 행장 취임 후 첫 번째 인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으나 뒤끝이 좋지 않다.<관련기사 4면>

많은 수협은행 직원들은 공개적인 자리서 말을 삼갈 뿐 술자리나 다른 자리서는 여과 없이 불만을 터트린다.

한 직원은 “누구는 누구 사람이고 누구는 누구 사람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고 했다. 한 지점 간부는 “특진이라는 고속 열차를 타고 승진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음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일할 의욕이 나겠느냐”고 했다. “특진은 글자 그대로 특별한 경우에 한해 이뤄져야 합니다. 조금 다르다고 특자를 붙여 진급하기 시작하면 기존 인사 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잠깐입니다”
한 본부 직원은 “이런 소리가 나오는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며 “공기업 취업 비리와 다를 게 뭐냐”고 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승진서열명부가 인사 있기 훨씬 전에 이미 다른 사람에게 건너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승진서열인사명부는 인사위원회 위원과 인사 라인 외에는 봐서는 안 되는 문건이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는 물론이고 사전에 고과 등을 조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11명의 부장 승진자 가운데에는 의혹을 받을 인물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나무 밑에서 갓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얘기는 수협은행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얘기가 됐다는 게 다수 직원들 얘기다.
게다가 이번 인사는 이원태 전임 행장 인사와는 전혀 양태가 다르다. 이 전 행장은 인사 한 자리를 하는 데에도 조심스럽게 했고 자리가 있어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동빈 행장은 취임 100일 뿐이 안됐는데도 무려 11명을 부장으로 승진시켰다. 직원 면면을 모르기 때문에 이번 인사는 최소로 줄여서 하고 연말이나 연초 정기 인사 때 하는 게 신임 행장에게는 좋다. 승진 여지를 남겨놔야 직원들이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는 내가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사람을 잘 모르니까 최소로 하고 연말이나 연초 때 나머지를 합시다” 그렇게 얘기했어야 했다. 그래야 무리한 인사 청탁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행장은 밑에서 올라오는 인사 안을 그대로 받아 처리했다. 그러다 보니 이 과정에서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나 추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인사는 만사다. 모든 것은 인사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신임 행장이 아무리 리테일(소매금융)을 강조해도 인사가 잘못되면 별 효용이 없다. 이번 인사에 대해 직원들은 인사가 만사가 아니다고 했다. 신임 행장의 권위도 훼손되고 인사 독립성도 망가지면 그 조직이 망가지는 것은 잠깐이다. 아직까지도 인사 여진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한 직원은 이렇게 반문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 비비고 줄 잘 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요?”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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