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다운 NGO, 농어촌공사·aT 같은 기구 없고
농업에 비해 구멍가게 같은 단체만 곳곳에 널려 있어

농업과 수산은 같은 1차 산업이다. 국민의 식량과 단백질을 공급한다.
그러나 같은 1차 산업이라도 농업과 수산은 터 밭이 다르다. 농가인구는 2015년 12월 기준으로 256만명이다. 어가인구는 12만 9,000명. 농가인구는 전체인구의 5.1%, 어가인구는 0.3%에 그치고 있다.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 여기에 1/10 정도가 수산업이다. 농협의 한해 예산이 200조원이라면 수협은 20조에 그친다. 모든 것을 1/10 수준으로 보면 된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14조 4,946억원이고 수산은 해양수산부 신설 이후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 

수산업, 농업의 1/10 수준

그래서 일까. 농업 쪽은 있는데 수산 쪽은 없는 게 있다.첫째  수산 쪽은 NGO다운 NGO가 없다. 농업 쪽은 사람이 많은 만큼 생태계가 다양하다. 정부 보조를 받는 단체가 있는 가하면 정부도 겁을 낼 만큼 강력한 정부 비판 단체도 있다. 한농, 전농, 카농 등 재야 단체만 해도 한 두 개가 아니다. 직능별로, 품종별로 그들은 나름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간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그것이 어우려져 농업이라는 수레를 끌고 간다.

그러나 수산 쪽은 단체라고 해 봤자 손에 꼽을 정도다. 게다가 진정한 NGO가 없다. 정부 지원 없이는 생명을 연장하기도 어렵다. 그러다보니 정부를 비판할 권한도, 의지도 없다. 문제가 있어도 아무런 소리를 안내면 누가 거들떠보는가. 뜻 있는 수산인들이 농업 생태계를 보면서 가장 부러워 하는 게 바로  NGO다운 NGO다. 결국 농업이 지금 지탱하는 힘도 일정 부분 여기서 나온다고 봐야 한다. 농업엔 있지만 수산엔 없는 것이다.
또 하나는 농업 쪽은 규모있는  단체나 조직이 있다. 농어촌공사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같은 조직은 수산계 몇개 단체를 합쳐 놓은 것 보다 크다. 여기다 결이 틀리지만 마사회 같은 조직도 있다. 또 종자, 농약, 농기계, 단미사료협회 같은 큰 조직이 주변에 포진해 있다.
그러나 수산 쪽은 여기 버금 갈 조직이 하나도 없다. 혹자는 수협이 있지 않느냐는 얘기를 한다. 그렇게 얘기하면 농협과 비교해야 하는 데  농협은 수협과 규모나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도 수산계는  이런 생태계를 만들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거대 기구가 탄생하면 현재 조직이나 자신의 위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언젠가 수산진흥공사(가칭)를 만들려다 실패하니까 그걸로 끝이다. 어떻게 다른 방법을 써 이런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면피만 하면 되는 모양새다.

선택과 집중 해도 될까말까 하는데...

지금 수산물 수출은 농업보다 훨씬 나은 환경을 만들고 있다. 투자에 비해 효과가 훨씬 크다. 그런데도 해외 수출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해 aT에 의지하며 해외 수출시장을 개척하려 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들도 왜 aT같은 기구가 있는데 거기에 몰아주지 왜 그것을 수산 쪽에 분산하느냐는 얘기까지 한다. 수출도 그렇고 수산물 소비 확대도 그렇다. 현재 수산은 이를 전담할 데가 없고, 수용 능력이 없어 수협중앙회, 한국수산회, 한국어촌어항협회, 한국수산무역협회로 업무가 나눠져 있다. 이래 가지고 수출이나 소비 확대가 제대로 되겠는가.  선택과 집중을 해도 될까 말까 하는 데 좁쌀처럼 쪼개 놓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수출은 aT에 넘어갈 수밖에 없고, 소비 확대는 수협중앙회가 맡을 수밖에 없다. 조그만 단체를 살리기 위해 조금씩 예산을 나눠주면 예산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결국 수산 패권은 다른 데로 넘어가는 것 아닌가.
따라서 수산계는 지금이라도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조그만 구멍가게로 대형마트와 싸우려 한다면 결국 골목 구멍가게처럼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조직들을 만들어야 한다. 앞서 농업 쪽에서 길을 닦았으니까 방법만 알면 길은 얼마든지 열릴 수 있다.
새해는 시작을 의미한다. 연초 수산업 전망이라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시성 행사만 하지 말고 정말 수산계 생태계를 바꾸기 위한 수산인 대토론회라도 여는 게 낫지 않은가. <문영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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