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신년 특별 기고/문해남 전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

 
그 하나

“진도 현장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집으로 가는 길.
기차 안에서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흐른다. 꽃다운 청춘들을, 피워보지도 못한 꽃봉오리들을 사망자명단에 그대로 두고, 더 많은 청춘들을 그 명단에 아직 올리지도 못하고 가는 걸음이 무겁다.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역사에 죄를 지었다. 전쟁도 아니고, 그 많은 어린 것들을…. 배안에서, 차가운 바다속에서 그 애들이 느꼈을 공포와 절망, 그 애들의 마지막 소망과 기억들이 뇌리에서, 가슴에서 떠나질 않는다.
뭐라 말할 수 있겠는가! 뭐라 위로할 수 있겠는가! 역사 앞에서 그 애들의 신랄한 고발과 증언들을 기다릴 뿐. 제발, 정말 제발 이런 일이 다시는 세상에서 일어나지 않길. 젊은 청춘들이,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희생되는 일이 없기를, 오! 하느님!”

2014년 4월 23일. 세월호 사고 현장인 팽목항에서 7박 8일을 보내고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써놓았던 메모다. 나는 세월호 사고로 대한민국 역사의 벽돌 하나가 영영 상실됐다고 말하곤 한다. 300여명 젊은이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생각하면 그들이 만들어 갔을 대한민국 역사에서 구멍 하나가 크게 뚫린 채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긴 8일을 보냈으며 상당히 오랜 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세월호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흐느끼고 혼자 있다가도 문득 눈물이 흐르는 시간이 길었다. 요즘도 자유스럽지는 못하다.

그 둘

그해 12월 이주영장관으로부터 자리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고 마무리를 하면서 각 실국, 정책관실 주무과장들을 모았다. 몇 가지 사과와 당부를 했다. 우선은 선배로서 이런 상황을 다 수습하지 못하고 남겨놓고 떠나게 되어서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또 한 가지는 여러분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젊은 직원들을 훈련시키라는 것이었다. 결국은 사람이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배들의 역량강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직에 있으면서도 젊은 직원들이 가져오는 서류는 한 번이라도 더 보고, 하나라도 더 얘기를 해주려고 했었다.

그리고 부탁

이 두 가지를 얘기하는 것은 지금 해양수산부 상황이 매우 위중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그 어려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고 뒤숭숭하다. 국민들로부터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고 업계 분들에게서도 차가운 냉대를 받고 있다. 내부에서도 힘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고생하는 사람은 오랫동안 고생하고도 조직의 보호를 못 받고 있고, 그 자리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내 일이 아니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위기를 극복해 나갈 동력 자체가 모아지지 않고 있는 듯하다.

참으로 어렵게 만든 부처다. 1996년 당시 13개 중앙행정기관에 나누어 있던 바다 관련 기능을 모아서 만들었다. 기존 부처들의 반대가 심했고 지금도 견제는 계속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를 만들고 바다 관련 산업은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지금 해수부의 기능이 13분의 1씩 나뉘어 열세개 부처에 분산되어 있다고 생각해 보라. 이 정도의 성과를 이루어 냈겠는가?
자, 이제 2018년을 맞이하면서 몸을 다시 한 번 추스를 때다. 우선 내부에서 힘을 합해야 한다. 간부와 직원들, 선후배, 옆에 있는 동료들이 하나가 돼야 한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유골 수습 미보고 사례에서 보듯이 한치의 판단착오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세월호 관련은 무엇이든지 핵폭탄급이다. 해수부는 다른 실수도 해서는 안된다. 이미 사회에서는 무엇이든지 사소한 것이라도 이지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 반드시 극복하고 일류부처가 되어서 해양강국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전직원들에게 신념처럼 있어야 한다. 신념처럼! 이 의지를 바탕으로 역량도 키워야 한다. 어느 부처에도 뒤지지 않는 능력들을 갖도록 해야 한다.
다음에는 외부에 있는 해양수산인에게 손을 내밀어서 같이 가자고 해야 한다.  선배들, 업계분들, 전문가들 나아가서는 국민들에게까지 손을 내밀어야 한다. 해양수산인들도 냉소적인 시각을 버리고 따뜻하게 격려하고 신뢰를 주어야 할 것이다. 어린 직원들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조직이 지쳐있으면 우수한 젊은이들도 오지 않는다. 그러면 해양수산의 미래가 어둡다. 어깨를 다독이고 사기를 다시 주지 않으면 해양수산업이 타격을 받는다.
해양수산인들의 상호 신뢰와 단결, 어려움을 이겨내고 해양강국을 꼭 만들겠다는 의지와 실천이 가장 중요한 2018년이다.

 

 문해남 전 실장은…

문해남(56. 행시 31기)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장관 시 장관 비서관을 했으며 그 인연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인사비서관을 했다. 이후 해양수산부로 돌아와 해운물류본부장을 거쳐 국토해양수산부에서 여수엑스포 서비스본부장, 인천해양수산청장을 하다 2013년 해양정책실장으로 승진했으며 2014년 퇴임했다.

당시엔 1급이 나가면 산하기관 및 단체 등에 취업보도를 해주는 게 관행이었으나 전 정부가 취업보도를 안 해줘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주)삼미, (주)키친보리에(대도식당 등 운영법인) 부사장으로 2016년 3월부터 근무했다.

최근 김앤장에서는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해양수산분야 전분야를 담당할 팀을 일원화해 오션팀(Ocean Team)을 만들기로 하고 문 전실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해양수산부 출신이 국내 굴지의 로펌에 고문으로 영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김앤장에서는 상임고문으로 와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문 전실장이 (주)삼미와 결별할 수 없다고 해서 비상임으로 일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해양재단은 최근 문 전실장이 재직 중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인 ‘한국해양재단’ 이사로 그를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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