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에 수산식품연구소 설립을”

해양수산부가 2~3년 전부터 수산물 수출지원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수협을 통해 중국 미국 등 4개국에 수산물 수출 거점을 만들고 수출 지원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행정력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또 수산물 소비확대를 위해 식품 포장 디자인 개발까지 지원하려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유명 셰프를 초대해 요란하게 수산물 시식회를 열고 세계식품박람회엔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개근생이 된지 오래다. 겉만 보면 뭔가 만들어 낼 것 같은 기세다.
그러나 이보다 선행해야 할 게 수산식품연구다.  수산식품 분야 연구가 되지 않고는 다른 건 사족에 불고하다.  지금 식품분야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식품 부문  R&D는 필수적이다. R&D 없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맨손으로 사막의 물을 찾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부문을 외면하고 있다.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 또  19대 대선 후보들에게 보내는 수산부문 핵심 요구사항에도 아직까지 이런 내용은 없다.

수산식품 연구가 수산 미래 좌우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수산물 수출지원사업 예산은 총 269억원.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수산무역협회가 수출관련 박람회와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수출선도조직육성사업을 맡고 있다. 한국수산회가 K-FISH 브랜드 사업을 수협중앙회가 수출인큐베이팅 지원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또 해외시장조사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하고 있다. 예산도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담당할 인프라도 없는데 예산만 증가하다 보니 부실 예산이 나올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엔 수산물 소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휴대전화를 이용한 이동통신 거래(모바일 커머스) 등 실물을 직접 보지 않고 구매하는 쇼핑 유형이 증가하고 있다며 참신한 수산식품 포장 디자인을 발굴하기 위해 공모전을 개최하겠다고 했다. 윤종호 해양수산부 유통정책과장은 “수산식품 매력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수산식품 포장 디자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수출이나 포장보다 먼저 필요한 게 식품 콘텐츠다. 식품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으면 수출도 없고 포장도 없다. 식당에 가면 중요한 게 내부 인테리어가 아니다. 먼저 음식이 좋아야 한다. 그 다음 인테리어도 있고 서비스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식품 개발에 대한 정부 인프라는 전무하다. 김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목포의 해조류연구센터 등이 고작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수산식품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식품연구소 같은 정부 인프라가 필수적인데 수산식품을 연구하는 정부기관이 없다. 김 같은 경우 대부분 중소기업이 수출전선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3억불 수출이라는 화려한 금자탑을 쌓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R&D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그렇다면 이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갖게 하는 게 필요하다. 식품연구소 같은 정부 지원기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농업 쪽은 오래 전에 식품연구소가 만들어져 있다. 김보다 수출이 적은 홍삼 등은 전국에 10여개의 연구소가 있다. 김치만 해도 김치를 연구하는 연구소가 한두개가 아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김 수출업자들이 김연구소를 만들어 달라고 그렇게 얘기하는 데도 눈도 껌벅이지 않는다. 당장 눈에 보이는 전시성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앞 뒤 안 맞는 해수부 정책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가 대선후보들에게 보내기 위해 만든 수산분야 핵심 요구사항은 17가지. 이는 대부분 생산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지난 27일 전국 15개 수산업생산자단체 대표 및 임원 등 30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더불어 민주당과 제19대 대선공약 정책협약식에도 이런 내용은 없다. 여기도 생산과 관련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식품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것은 ‘수산업과 식품산업의 동반성장’이 전부다.
정부가 어민들이 고기를 잡으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은 외면하고 있다면 이건 잘못된 일 아닌가. 수산식품 개발은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첩경이다. 수출을 해서 먹고사는 나라에서, 또 어민들 소득 제고를 위해서도 이런 사다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수산식품은 또 정부가 그렇게 외쳐대던 6차 산업과도 연결돼 있다.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수산물을 생산하는 국가 중 식품개발을 제대로 못하는 국가는 저개발국가 뿐이다. 일본은 수산식품의 천국이다. 우리식품업체가 일본을 따라가려면 최소한 벤치마킹이라도 해야 한다.

인프라도 없는데 그림만 그리는 사상누각(砂上樓閣)같은 정책이 더 이상 남발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수산식품연구소’ 같은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어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수산인들도 대선 후보들에게 ‘식품연구소 설립’을 얘기해야 한다. 수산인들의 요구가 가장  먹힐 수 있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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