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새 길'을 만들었다
수협은행 분리·노량진수산시장 개장 등 격동의 시간 보내
온화한 성격 투사로 변모…“바다 모래 문제 양보못해”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2015년 3월 서울 중구 다동 강북지역금융본부 3층 당선자 사무실에서 창 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25일로 취임 2년을 맞는다.  그의 취임 2년은 수협으로선 격동의 시기였다. 수협은행이 자회사로 분리되고 노량진수산시장이 새로 개장했다. 또 구 시장 자리에 복합 카지노 시설을 유치하기 위한 수협의 역량이 동원됐다.

수협은행 자회사 분리는 수협법을 개정해야 하고 정부로 자본금을 받아내야 하는 대공사였다. 취임 후 곧바로 시작된 이 작업은 아직 수협과 정부의 생리를 잘 모르는 김 회장에게 벅찬 과제가 분명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은 수협은행에 5,500억원의 신규자금이 들어왔다.

<김임권 회장이 2015년 3월 당선자 시절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 수산물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개장은 그의 도전적인 성격을 충족시킬 호재였다. 그는 바다에서 호연지기를 키워온 수산인이었으며 몇 번 사업을 뒤 엎은 사업가다.

그는 시장 개장과 함께 기존 부지에 복합리조트를 짓기로 했다. 고급 호텔, 오피스텔, 아쿠아리움 등으로 채워진 복합리조트가 세워지면 연 1,500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꿈은 좌절됐다. 유력 정치인, 모든 파워가 동원된 복합리조트 선정은 그의 영역 밖에 있었다. 그가 이끄는 수협이 맛본 첫 번째 패배였다. 그리고  그는 수협인으로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그는 2년간 찾아 다녔다.

그는 지난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의 해양수산부 현안보고에서 바다모래 채취와 관련, 김영춘 위원장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하자 이렇게 얘기했다.

“해양수산부 안에 동의를 못하고 이렇게 까지 하는 것은 바다모래 채취는 어민과 수산업 발전을 위해서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만약 우리가 여기서 물러서면 어업인들은 설 자리가 없다. 이 점을 여러분들께서 헤아려 주시고 어업인들에게 힘을 실어주시기 바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김임권 회장은 본래 성격이 온화하다. 그러나 그는 지금 투사라는 말을 듣고 있다. 수협 인사와 최근 바다모래 채취와 관련, 그가 보여준 강인함 때문이다.

수협은 창립 이래 지금과 같은 정체성을 보여 준 적이 없다. 국회의원들 앞에서나 해양수산부장관 앞에서 어느 역대 회장도 이런 말과 행동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 동안 정부와 수협의 관계가 수직적 관계였다면 이 관계는 이제 수평적 관계로 옮겨가고 있다. 협동조합의 철학과 소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야 싫든 좋든 수협은 이제 정부의 명령을 받아 집행하는 하부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15일 전국 연안, 항·포구 해상에서 91개 수협 소속 어민 15만명과 어선 4만5,000여척이 참가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남해 배타적경제수역 바닷모래 채취 연장을 규탄했다는 일은 수협사에 영원히 기록될 사건이다. 어민들이 이처럼 전국 규모로 시위를 벌이기는 수협 창립 이후 처음이다.

이것은 김 회장이 아니고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일이라는데 수협인들은 시각을 같이 한다. 한 수협 관계자는 “이것을 못하면 난 수협에 있을 필요가 없다. 회장 직을 버리고 라도 이 일을 해야 한다는 김 회장의 소신이 없었다면 이 일은 지금처럼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수협 정체성을 만들어 낸 이 사건은 협동조합으로선 바다 모래 이상 더 큰 가치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수협 안팎의 평가다.

그러나 그에게도 평가가 인색한 부분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이 인사다. 수협 직원들은 그의 인사를 높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사보다는 경력 위주 인사를 해 왔기 때문이다. 지도경제 대표가 회장을 도와 주기 보다는 오히려 회장 평가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안 팎의 시각이다. 때문에 그의 평가는 앞으로 인사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협 관계자는 “수협의 영역을 넓히고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과감한 문호 개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회장이 앞으로 맞닥뜨려야 할 문제는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의 완성이다. 그가 취임 시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이가 어떻게 실현될 지가 관건이다. 다행히 공제 등을 통해 올해는 1,000억원이라는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밖으로는 차기 정부 조직 개편 시 해양수산부 존립 문제 등에 그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가 이 문제에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해양수산부 존립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김 회장은 이제 반환점을 돌고 있다.

한 수협 간부는 “그가 지금 절반의 성공에서 수협사에 길이 남을 회장으로 남기 위해서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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