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엉망이다. 자고나면 새로운 사실이 터져 나온다. 최순실 게이트가 온통 나라를 흔들고 있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사람, 집에서 TV를 통해 촛불을 보는 사람. 그들 마음은 다 비슷하다. 가을 끝자락, 낙엽이 가득 메울 아름다운 도심을 어린 아이들이,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이, 대통령 탄액을 외치며 강의실을 박차고 나온 대학생들이, 아줌마 아저씨 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두 거리에 나와 촛불로 채운다. 신뢰를 잃은 대통령이 책임(責任)을 지지 않고, 국가보다 자신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지지 않고

책임은 도덕적으론 사람이 스스로의 행위에 관해 자타의 평가를 받고, 이것에 의거해 자책이든 남으로부터의 비난이든, 여러 가지 형태의 도덕상 제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말한다. 법률적 책임은 타인에게 가한 손해에 대해 법률에 따라 배상하거나, 범죄로 인해 형벌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를 말한다. 한마디로 자기가 맡은 임무에 대해 문제가 생기면 도덕적·법적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촛불 민심은 바로 그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국정을 농단하는 세력을 옆에 두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대통령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제 물러나라는 것이다. 자기가 맡은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오히려 거짓말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대통령을 더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이념이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90% 가까이가 한 사건에 생각을 같이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나라는 이런 불가능이 가능한 사회가 됐다.

불가능이 가능한 사회로

지금 야당은 탄핵이 안 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사직서를 써 놓고 있다. 새누리당을 압박하기 위한 배수진이다. 그들은 국민에게 위임 받은 권한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진즉 이런 자세를 보였다면 이런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사회는 책임을 지지 않는 사회가 가져온 필연적 결과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0월 수협중앙회 자회사인 수협유통은 바다마트 일산덕이점을 개설했다. 10억원 보증금에 월세 2,750만원. 거기에 7억여원을 들여 시설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매장은 불과 1년도 안 돼 적자를 거듭하다 지난달 3억원 보증금에 식자재 업자에게 넘어갔다. 불과 1년 도 안 돼 7억원이 들어간 시설비는 한푼도 건지지 못하고 날려 버린 것이다. 보증금 차액 7억원의 이자에다 브랜드 가치 상실 등 무형의 자산까지 포함하면 1년 사이 투자 금액의 대부분을 날려버린 셈이다. 이 돈이 누구 돈인가. 이것은 고스란이 어민들 돈이다.

이런데도 관계자들은 여기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만일 자기 돈으로 투자했다면 지금 이렇게 하고 있을까. 문제는 수협 조직이 여기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잘못을 했으면 의당 여기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한다. 도덕적 책임이든 법적 책임이든 물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가까운 사람과 술 몇잔 먹은 것을 가지고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회가 됐다. 그런데도 서민들이 평생 만져보기도 어려운 이런 돈을 불과 1년 사이 까먹고 있는데도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죽은 조직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조직이다.

언제 수협 앞에 촛불 들지

지금 대통령과 최순실이 이렇게 게이트를 만들어도 지금 우리가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은 이런 불의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깨어 있다는 점이다. 공금을 빼먹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잘못된 권력을 휘둘러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죽은 사회고 그 국민은 죽은 국민이다.

지금 수협중앙회가 이 같은 일에 책임을 지지 않거나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수협중앙회는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니다.

지금 국민이 대통령에게 하야나 탄핵을 요구하듯 수협중앙회도 잘못을 시인하고 이런 문제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어민들이 그들의 퇴진을 요구할지 모른다. 잘못을 했으면 왜 그렇게 됐는지 잘못을 빌고 고해성사라도 해야 하지 않는가. 어민들을 얕잡아 보고 어민들을 무시하다가는 언제 수협 앞에도 촛불을 든 어민들이 서 있을 지 모른다. 어민들을 더는 무시해선 안된다. (문영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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