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이제 세월호에서 벗어나 미래 비전 제시해야"
수협은 수협 직원 아닌 어업인 위한 조직 잊어선 안 돼

 
지난 4월 13일은 새누리당 정유섭(인천 부평갑) 의원에게는 도저히 잊혀지지도, 또 잊을 수도 는 날이었다. 개표 내내 득표율 1% 이내 초접전이 치러졌기 때문이다. 개표가 90%이상 이뤄졌을 때도 두 후보 표 차이는 100여표에 불과했다. 최종 개표결과 표차는 단 26표. 정유섭 의원에게 본격적인 제도권 정치의 시작이 열린 순간이었다.
정 의원은 현재 국회 산업건설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아직까지는 해양수산계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해양 강국을 위한 토론회’를주최하고 1시간 넘게 토론회 자리에 머물렀다.

 
-요즈음 굉장히 바쁠 것 같다.
 “국회의원은 아무 일 안 해도 뭐라 탓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나를 믿고 뽑아주셨고 국회의원이 됐으니 열심히 마음껏 일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뛰고 있다. 초선이지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위원, 민생특위, 전기세 누진제토론 등에 참여하고 있다. 또 얼마 전 의원외교를 위해 유럽을 다녀 왔다. 최근에 새누리당 인천시당 위원장을 맡아 바쁜 일이 더 늘었다.”

- 시간이 지났지만 워낙 격전이었던 지난 선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를 해보니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나도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는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정치에는 신사도가 없었다. ‘All or nothing 게임’이었다. 4년 전 낙선 후 이번에 재도전이었는데 4년간 지역구 구석구석을 열심히 누볐다. 내 지역구는 야당 강세지역이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우리 당 지도부가 국민들 마음을 상하게 하는 행동을 많이 해서 선거 막바지에 정말 힘들었다. 하늘이 도와줘 전국 최소 득표차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핑 돈다.”

-해양수산계에선 농해수위로 올 줄 알았는데 산업건설위원회로 가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론 가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그렇지 못했다. 당 사정상 인천의 당선자 중 1명이 농해수위로 배정되는데 옹진과 강화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안상수 의원이 농해수위를 강력히 희망했다.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구 특성에 따라 위원회를 고른다. 내 지역구는 부평공단과 전통시장이 있는 구도심이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적합한 지역인 것은 사실이다.”

-살아온 이력을 보면 그래도 해양수산인 아닌가.
 “내가 해양수산부를 떠난지 어느새 9년이 되었다. 그동안 해양수산부가 없어졌다가 다시 부활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내가 해양수산부에 근무하던 때와 지금은 해양수산 환경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은 1인 헌법기관이니 해양수산부와 관련된 일을 언급하거나 입법 발의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산업건설위원회에서도 조력발전이라든지 항만내 자유무역지대같은 연관분야가 있어서 계속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다. 지역적으로는 인천에 해양대학 설치에 관심이 많다.”

-해수부 공직생활 중 아쉬운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었나.
 “너무 일찍 해수부를 떠났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제대로 일을 한게 없고 도리어 국장급 교류로 발령받은 건설교통부에서 더 많은 실적을 남긴 것 같다. 건교부에서 일한만큼 해수부에서도 일했어야 하는데 그 점이 아쉽다.”

-해양수산부는 안타깝게도 ‘사고부처’라는 인식이 많다. 기름유출, 세월호사고 등에 가려 남극해기지 건설, 해양환경 개선, 수출효자 노릇을 하는 수산물 수출 등이 묻혀버리고 있다. 과연 해양수산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해양수산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는가?
 “과거에도 해수부에서는 속된 말로 ‘3대 날벼락대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곤 했다. 여객선 사고, 기름사고, 비브리오 등 수산물오염사고는 평상시부터 철저히 대비하고 점검해야 하는 일이다. 국민경제와 국가에 워낙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부활 후 1년간 해양수산 지휘부가 이 분야에 너무 소홀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형사고 예방에 철저한 대비를 하는 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의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본다. 국민들에게 해양부는 진취적인 부서, 미래를 지향하는 부서, 세계로 나아가는 부서라는 인식을 심도록 실적을 많이 쌓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IMO(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에 임기택 전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선출된 것은 국민들에게 해양수산부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한 경우로 볼 수 있다.”

-세계는 해양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긴다고 보는가.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젠 해양에 관심이 많이 증대됐다. 해수부에서 해양박물관도 세우고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다만 해양관련기관들이 대부분 부산에 치우쳐있어서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에서 인식이 부족한 것이라고 본다. 수도권에 해양관련 시설 건립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오늘 국회에서 해상수송시장 발전방안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20대 국회 들어 ‘국회바다포럼’을 구성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10명이 회원으로 가입해야 포럼이 구성되는데 4명밖에 안되어 구성이 무산됐다. 세월호 사고 이후 의원들이 이쪽에 관심을 별로 안두고 좀 꺼려하는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해양수산에 대해 의원들에게 알려야 되겠다고 여겼다. 게다가 요즈음 해운이 무척 어렵다. 대표적 국적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사활을 건 생존노력을 하고 있는데 지난 60년간 꾸준히 노력해 이제 세계 10위권으로 진입한 한국 해운산업이 이대로 주저앉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있어서 국회에서 먼저 나설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번 토론회를 준비했다.”

-해수부 재직 때 수산 쪽 주요 부서인 수산정책과장을 해 수산에도 관심이 있는 것 아닌가.
 “수산정책과장 재직시 수협은행은 막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하는 중이었고 일선수협은 경영평가 후 구조조정을 시행했었다. 그때 정치바람을 타는 수협은 대체로 부실했다. 다시는 그런 부실경영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했는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수협은 수협직원이 아닌 어업인을 위한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인데 어떻게 변화했는지 궁금하다.”

-바둑을 두는 사람보다 훈수하는 사람이 바둑을 더 잘 보고 있다고들 한다. 밖에서 본 해양수산부는 어떤가.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충격에서 벗어나 이제 겨우 정상화되는 듯 하다. 해양전문가인 김영석 장관 체제가 되면서 많이 안정화됐다. 이제 공격적으로 여러 사업을 추진해야 할 때라고 여긴다. 해양마스터플랜과 해양의 미래비젼도 제시할 시기다. 해수부가 하면 더 효율적일 업무가 그동안 타 부처로 넘어간 것이 많은데 다시 되찾아와 정상궤도에 오르도록 해야 한다.”

-2년 뒤 후반기 국회 상임위에서는 다시 농해수위로 올 계획은 없는가?
 “가고 싶지만 당 사정 등이 허용할지 모른다. 또 지역구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끝으로 해양수산부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 달라.
 “해양수산부는 미래와 세계를 지향하는 부서다. 우리나라를 선도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주기 바란다. 과거 우리 선배들보다는 지금의 후배들이 더 열정적이고 자질도 우수하다고 믿는다.”


정유섭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해양수산분야 전문가 중 하나다. 인터뷰 내내 정 의원은 농해수위와 지역구를 동시에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문제에 대해선 후반기 국회에서는 다시 농해수위를 희망할 수도 있지만 정 의원은 “지역구를 따라가는 게 맞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산업건설위원회에서 수산분야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정치인 정유섭’으로서의 소회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정치인을 지향하는 후배들에게 ‘정치에 함부로 뛰어들지 말라’는 조언을 했다. 또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마음가짐이 없으면 괴로운 길’이라고도 했다. 그는 서둘러 대담을 끝내고 또 다른 행사를 위해 비서관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계단을 따라 이층으로 내려갔다. 또 다른 행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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