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폐지인가”…덕 보는 사람 수요자 아닌 수산직 공무원
때만 되면 ‘해수부 폐지’ 거론…‘폐지’ 띠우며 인사서 실리 계산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죽었다 살아난 부처다. 1996년 수산청과 해운항만청, 해경이 합쳐져 해수부가 됐다. 그러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수부가 없어졌다. 그리고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살아났다. 20년을 보내면서  참 기구하게 살았다.

그런 해수부가 또 다시 다음 대선을 앞두고 일부 수산공직자들 사이에서 ‘해체’ ‘농림축산식품부와 통합’ 등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나와선 안 될 얘기가 ‘나와야 할 때도 아닌데’ 나오고 있는 게 이상하다.

▶폐지 얘기 왜 나오나=“해운 쪽에서 주요 보직을 독식하고 있다. 우리는 찬밥 신세다. 갈라서야 한다”
1996년 해수부가 신설되고 난 뒤 해수부 인사 때, 또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수산 쪽에서 빼 놓지 않고 나오는 얘기 중 하나가 ‘해수부 해체론’이다. 쉽게 말해 해운항만청 출신이 주요 보직을 다 꿰차고 있으니까 갈라서자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 부처는 공무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행정 수요자인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그런데도 그 들은 마치 정부 부처가 자기들 때문에 있는 것처럼 인사에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부를 깨자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교묘히 행정수요자의 생각으로 전가시킨다. 그러나 행정수요자인 어민들이나 수산인들은 정작 여기에 관심이 없다. 부가 됐든 외청이 됐든, 또 해운항만청 출신이 수산 쪽 국장에 오든 상관이 없다. 정부가 지금보다 더 나은 정책을 만들거나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 수산업이 발전하고 그로 인해 그들의 복지나  삶의 질이 나아지면 그만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것이다. 일부 수산직 공무원들이 부를 깨자는 것은 그들의 권리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부를 깨자는 목소리를 다른 사람들을 통해 전달한다. 이 속에는 ‘부 해체론’을 확산시켜 인사 상 이익을 보겠다는 ‘셈법’도 깔려있다.

최근 수산 쪽 모 국장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절묘한 타이밍에 ‘해수부 해체론’이 일부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배경 중 하나다. 아직 대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은 해수부를 두고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로 갈 것이냐 현 체제 고수냐를 얘기할 시점이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은 뭔가 정상이 아니다. ‘수산홀대론’이나 ‘해수부 폐지론’을 앞세워 반사이익을 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해수부 폐지하면...=하지만 부를 깬다는 것은 ‘경쟁력 없는 사람들이 도피처를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게 다수의 시각이다. 일부에서 지적한 것처럼 해수부서 수산을 분리해 농식품부로 간다면 수산은 항상 서자(庶子)다. 농업과 수산은 10대1 수준도 안된다. 행정수요자인 농민은 256만9.000명이다. 반면 어민은 15만명 수준이다. 예산도 농업은 14조3,681억원이고 수산은 2조321억원(이상 2016년 기준)이다. 결코 수산이 그곳에서 대접을 받거나 중심업무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수산은 수산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인사든 예산이든 너희들이 협의만 해오면 그 범위 내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예산과 인사 등 주요 보직을 수산 쪽에 주진 않는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해양수산부가 폐지되고 수산이 농식품부로 갔을 때 박덕배 국립수산과학원장(당시)이 2차관에 임명됐다. 또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조정관에 해수부 출신 방기혁 국장을 앉힌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오히려 농식품부와 동거하던 5년 동안 수산정책실장 자리를 2번이나 농식품부 출신이 차지했다. 그리고 농식품부는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수산을 농림부 외청인 수산청, 그 이상 그 이하로 보지 않는다. 한 가지 덕을 볼 수 있는 것은 같은 1차 산업이기 때문에 농업이 예산을 딸 때 가만 있어도 예산을 따거나 금리인하가 되면 따라서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해수부가 눈치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농식품부에 있으면 국정감사 때도 수산은 농업이나 축산, 식품에 치여 중심에 있지 못하고 들러리로 전락한다. 마치 해양수산부 국정감사 때 무게 중심이 수산에 있고 해운항만은 구경꾼으로 전락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예산도 수산은 독자적 예산 확대가 안 되고 항상 농업 종속 변수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다. 똑 같은 1차 산업인데 농업을 제치고 수산 쪽에 특별히 할애할 예산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수협법은 농협법을 따라가야 한다. 2009년 농협법 개정 시 회원조합 자산이 2,500억원 이상이면 조합장 비상임화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수협법 개정 시에는 이 조항이 삭제됐다. 농식품부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정부안이 없었던 것으로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산하기관이나 단체도 농어업, 농어촌, 농수산물로 이름을 통합한다면 수산은 ‘농’자 뒤에 붙은 ‘어’자나 ‘수’자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수’자나 ‘어’자가 붙었지만 ‘수’나 ‘어’는 곁다리에 불과하다. 과거 농식품부 때 이상 기후에 대비하기 위해 녹색성장정책관제가 있었지만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작물피해에 업무가 집중돼 이상기후에 가장 민감한 수산은 결국 업무보고 끝 줄에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일부에서 얘기하는 수산청 부활도 마찬가지다. 외청이 되면 행정수요자 보호가 훨씬 힘들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국무회의에 안건을 상정하기도 힘들고 장관 부령 하나 만들려면 몇 날을 기다릴 수도 있다. 진짜 ‘경쟁력 없는 사람들 도피처’를 만들지 않을 바에는 이런 축소지향적인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는 게 오피니언 리더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김재철 동원산업 회장이 1996년 해수부 신설 시 주장한 내용도 바로 이런 내용들이다.

지금 해양수산부는 해운산업이 약화돼 부 중심이 수산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산으로선 호기를 맞은 셈이다. 이런 때 일부 문제를 이유로 해수부 폐지를 주장한다는 것은 수산에 온 절호의 기회를 발로 차버리느 것과 같다. 국가의 운영이 일부 산업이나 행정수요자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순 없지만 수산이 해수부 적자(嫡子)로 살 수 있는 환경인데도 일부 공직자들의 이해관계에따라 농식품부 서자(庶子)로 자리바꿈한다면 그것은 수산으로선 통탄할 일이다.  이제 해수부는 과거 해운항만청 사람이나 수산청 사람이 아닌 정통 해수부 출신(해수부 신설 후 해수부로 들어온 사람들)들이 주류로 데뷔하기 위해 등장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다. 해운항만청, 수산청 출신이란 얘기는 이제 역사의 장으로 사라질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수산 공직자들은 이제라도 수대나 수산기술직의 카르텔에서 벗어나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방법을 체득해야 한다. “지금도 수산이 중심인데 경쟁력 없어 이것을 꿰차지 못하는 수산 쪽 라인이 문제”라는 해수부 상층부의 시각을 그냥 흘려버려선 안 된다.
또 수산 쪽 문을 과감히 열고 해운항만 출신이라도 수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량 있는 사람의 진입을 환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산 생태계도 바꿔져야 한다. 수협, 한국수산회 등 수산계 단체들도 무조건 수산 쪽 사람이라고 두둔하지 말고 정말 행정수요자인 어민과 수산인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생태계가 만들어 지지 않으면 그들은 잠시 수산 쪽에 왔다 가는 ‘과객’에 불과할 뿐이다.
해수부도 수산 공직자들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 잠시라도 어느 한쪽이 점령군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이젠 이를 훌훌 벗어 던지고 서로 공존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인사 혁신을 통해 인사와 예산 등 주요 보직에 과감히 수산청 출신을 기용하는, 그래서 부내 갈등의 원초적 원인을 제거하는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해수부 생긴 이래 한 번도 기획예산 담당 국장이나 과장 자리를 수산청 출신에 줘 본적이 없다면 이것은 잘못된 독식체제다. 이런 독식은 이제 청산돼야 한다. 그래야 해양수산부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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