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여러 경험과 능력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 맞대며 협력해 보전하고 개척해 나가는 곳"

 

화합과 포용, 탐험과 도전. 바다가 주는 메시지다. 바다는 세상의 모든 물을 다 받아들인다. 그리고 경계 없는 하나가 된다. 바닷물은 전 세계를 흐른다. 또 바다는 인류에게 아직까지도 가장 두렵고 개척해야 할 대상이다. 늘 변하고 넓고 깊다. 바다의 영역은 다양하다. 육지에서 일어나는 부분의 하나가 아니다. 육지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야의 일들이 바다에서도 일어난다. 아니 더 복잡하고 아직은 미지의 부분이 더 많다. 바다는 지구에서 육지의 부분이 아닌 그 자체로 독자적이다. 해양행정이 다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가. 전문가는 두 가지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해당 분야를 깊이 알지만 담장만 넘어가면 잘 모른다. 전문가는 한으로는 (물론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변화에 저항적이다. 해당분야의 새로운 혁신이나 다른 영역에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데 약점을 가지고 있다. 전문가는 자기가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순환보직제와 전문성 강화. 공무원 인사관리를 두고 늘 대척점에 있는 화두이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는 대학에서부터 전공한 사람이 해당분야에서 끝까지 일하게 해야 한다. 급변하는 산업구조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사무관까지는 맞을 수 있다. 과장이상은? 과장은 각기 다른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사무관 4-5명과 같이 일한다. 국장은 더 다양한 분야를 처리해야 하고 실장, 차관, 장관은 말할 것도 없다. 순환보직을 하면 전문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다양한 보직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고 개인의 판단능력, 상황대처능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해양정책실장 때 경험이다. 직원들이 보고를 하거나 결재를 받으려고 실장실 앞에 줄을 선다. 신청순이거나 도착순이다. 금방 극지 분야를 얘기했는데 다음 직원은 공유수면 업무를 가져 온다. 다음은 해양쓰레기를, 그 다음은 EU의 불법어업문제를. 주제는 해양보전지구에서 해양체전으로, 태평양 심해저 광구 문제로, 여수 엑스포 부지 매각문제에서 원양어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실 어떤 때는 앞에 펼쳐있는 분야의 기억의 실타래를 끄집어내기 위한 튜닝을 몰래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위직일수록 더 중요하고 다양한 결정을 해야하고 많은 경우 정무적 판단이 들어가 있다. 직원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줘야 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판단은 결국 사람의 능력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다양한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사람이 다양한 경험과 뛰어난 능력을 갖춘다면 더 할 나위없을 것이다.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국가에서 장관을 임명하려고 해도 사람이 없다고 하는 판인데. 그렇다면 해법은? 사람을 키워야 한다. 사람이 키워지기 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일하게 해야 한다. 여러 사람의 각각의 다양한 능력과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다방면의 경험이 해당분야에 녹아들기도 하고 새로운 시각도 제시된다. 사람들끼리 한편으로는 서로 비교도 하고 경쟁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성은 어떻게 채울 것인가? 밖에 전문가를 키우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현장에 나가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내가 부족하니 열린 마음으로 그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청취하고 전문가와 토론하여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내가 다 안다고 생각하면 현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밖의 전문가와도 교류가 없다. 전문가는 전문성의 성(城)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순혈주의. 순혈주의는 다양한 우성을 거부한다. 발전을 포기하는 것이다. 급격한 환경의 변화에 살아남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다시 바다가 주는 메시지로 돌아가 보자. 순혈주의는 바다의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 바다는 다양하며 화합과 포용의 상징이기도 하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도전해야 하는 대상이다. 순혈주의로는 이러한 바다를 상대할 수 없다. 바다는 여러 경험과 능력, 시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며 협력하여 보전하고 개척해 나가는 곳이다. 그래야 바다가 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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