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요자 위한다면 수요자 쉽게 알 수 있게 작명해야
‘우문현답’ 속 뜻 좋다고 해도 어민 자존심 해치는 용어
“고작 그런 작명 하는데서 다른 일은 어떻게 할 지…”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은 최근 해양수산부, 지자체와 어업인 단체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속한 어촌현안 해소를 위한 ‘우문현답’팀 상반기 협의회를 개최했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수산현장의 민원을 최대한 신속히 지원하는 방안을 중점 논의했다고 했다. 이 팀은 그 동안 90여회의 현장 지원과 현안 중심 연구 과제를 발굴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수과원이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 자료 내용이다.

‘우문현답’팀은 수과원이 지난 1월 현장의 현안 해결을 위해 만든 팀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줄여 이런 작명을 한 것이다. 속뜻은 좋다. 정부가 행정수요자인 어민을 찾아 현안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데 그 이상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우문현답’이란 고사성어가 가진 의미를 알고도 이런 작명을 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은 어리석은 질문을 받고 현명하게 답한다는 고사성어다.  말 그대로 바보 같은 질문에 대해 현명한 대답을 하거나, 문제의 본질을 짚지 못한 질문을 받고도 정확한 답변을 할 때 쓰는 표현이다. 고사성어만 보면 어민들이 어리석은 질문을 하더라도 우리는 현명하게 답변한다는 얘기다. 어민들을 얕잡아 보지 않으면 쓸 수 없는 말이다. 더 나쁘게 보면 아직도 관료를 높이 보고 백성을 낮추어 보는 관존민비(官尊民卑) 폐습이 어느 구석엔가 남아있는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수과원이 팀 이름을 만들 때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굳이 이 이름을 쓴 이유가 궁금하다. 수과원 관계자는 “여기에 합당한 말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해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최소한 국민들의 마음에 조그만 상처라도 날 수 있는 용어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비록 그 말의 속뜻이 좋다고 해도 국민들의 자존심을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 예컨대 ‘독특하고 재능있어 자랑스러운 사람’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고 해서 특정인을 ‘독재자’라고 줄여 쓰면 안 되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 용어는 행정수요자를 위한 용어가 아니다. 행정수요자는 이런 용어보다는 수과원이 당초 검토했다던 ‘수산 119 대응팀’이란 용어가 훨씬 더 낫다. 그들이 이름만 들어도 뭘 위한 팀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 우리 많은 국민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이름만 들어선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 용어는 수과원 직원들을 위한 행정용어지  결코 어민들을 위한 용어가 아니다. 어민들을 위한 배려라면 어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용어를 쓰는 게 훨씬 낫다. ‘우문현답’팀 대신 ‘어업인 현안 지원팀’이라고 하면 뭐가 잘못되는가. 유식한 이름을 붙인다고 기능이 더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생각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어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말 꼬리를 잡아 흔드는 게 아니다. 이런 작명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과원이 다른 일은 얼마나 하겠느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수과원의 이런 것 하나 하나가 수과원의 모습을 만든다는 점에서 좀 더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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