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로 칼럼/ 문영주 편집국장

마음이 답답하다. 20여년 가까이 지냈던 사람과 이런 논쟁을 벌이는 자체가 안타깝다. 하지만 신문은 감시와 비판의 영역에 서 있는 공기(公器)다. 사적과 공적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신문은 존재해선 안 된다. 그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언론의 기본적 기능 왜곡

이 논쟁은 필자가 수산신문에 쓴 ‘수산회장 선출,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이란 칼럼 때문이다. 이 칼럼은 수산회가 만든 회장 선출 규정을 보고 쓴 글이다. 왜 회장 선출에 임박해 규정을 만드는 지, 회장 추천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 단체가 과연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단체인지, 규정 제정 시기, 추천위원회 구성의 정당성 등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필자의 이름을 내 놓고 쓴 칼럼이다. 어떤 제도나 기준에 대해 의견을 말하거나 평가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특히 언론은 이런 것을 기능으로 하는 기관이다.
그런데도 수산회는 이 칼럼 기사가 나가자마자 수산신문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반론보도를 청구하고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허위 사실을 전제로 얘기한 것이 아니라 사실을 토대로 의견을 얘기하고 평가한 것을 두고 언론중재위에 제소한다면 이 땅에 살아남을 언론이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박재영 수산회장은 지난 28일자 모 수산전문지에 ‘을(乙)질의 횡포’라는 제목의 칼럼을 써 수산신문이 비방 · 허위 보도를 했다고 또 다시 주장했다. 그가 주장하는 내용은 이렇다.
회장 추천제 도입은 수산계 일부에서 제도를 바꾸자고 했고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오겠다고 직 · 간접으로 얘기해 규정을 만들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나오는 것과 회장 추천위원회를 만든 것은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얘기다. 아니 100명도 아니고 고작 4~5명이 나올 텐데 4~5명 때문에 인사추천위를 만든다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그러면서 추천위를 만들어 문호를 개방했다고 했다. 추천위를 만든 것과 문호를 개방한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또 “많은 사람들이 나오겠다고 직· 간접으로 얘기해”라며 아직 나오지도 않은 가상의 얘기를 근거로 제도를 만들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비상근 명예 회장이 수당이란 이름으로 매월 500만원씩 사실상 연봉을 받아 간 것에 대해서도 “한 달에 2~3번 회의에 참석하면서 200~300만원을 받아가는 사외이사도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상근회장보다 열심히 일했다”며 그것을 돈 받은 이유로 제시했다. 이것이 비상근 명예회장이 연봉 같은 수당을 받아간 논거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또 어업인복지문화재단의 이사 시 받은 금액에 대해서는 “2년간 3회에 걸쳐 회의 수당 50만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수산무역협회에서 2013년부터 자문위원이란 이름으로 매월 50만원씩 받아 간 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해명은 똑 같이 해야지,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해명하고 불리한 것은 해명하지 않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수산회장을 공개모집한다는 것도 웃기는 얘기다. NGO 단체장을 마치 CEO 뽑듯 공개모집해 추천위에서, 그것도 단수로 추천해 뽑겠다는 게 이치에 맞는지 물어보고 싶다. 또 회장 추천제에 대해서도 “본인은 여태껏 어느 회사에서도 사장을 뽑는데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사장을 선출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고 했다. 하지만 은행 CEO는 물론이고 지금 수협중앙회 지도경제대표를 뽑는 데 이런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또 수산회 관계자도 “이 제도를 참고 했다”고 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겠는가.
또 연근해어업육성자금 10억원에 대해서는 "불법 자금인 것처럼 하고 이 돈을 다 써버린 것처럼 보도했다"고 했다. 불법자금이란 애기도 하지 않았는데 그는 불법자금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그는 왜 하지도 않은 불법자금이란 용어를 썼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수산회는 당당하다면 그 돈이 어떤 경로로 어떻게 사용됐고 그 돈으로 산 음식점 건물을 저당 잡히고 쓴 돈의 액수와 사용처, 그 이후 어떻게 그 돈을 적립했는지, 써서는 안 될 돈을 다 쓰고 다른 재원으로 적립한 건지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 칼럼에서 과거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에 있을 때 업적(?)과 수산회 때 돈을 많이 벌었다며 자기 자랑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또 기사도 안 쓰고 비서도 두지 않았다고 했다. 아직도 다른 단체나 일선 수협에 손을 벌리는 단체의 비상근 명예회장이 해야 할 얘기는 아닌 듯 싶다.

아쉬움 속에서 떠나야 하는데…

어쨌든 8년 동안 수산계 수장처럼 행세하던 수산회장이 전문지에 칼럼을 써 자기변명을 늘어놓고 떠나는 모습은 결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 차라리 “부덕의 소치다. 재임 때 부족한 게 있었다면 진심으로 이해를 구한다"며 "회장을 그만두더라도 수산업발전과 수산인들의 행복을 기원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아름답지 않은가. 떠나는 수산회장 입에서 변명 대신 이런 고해성사를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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