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등어와 오징어가 대부분…하루 거래량은 예년과 비슷
추석 앞두고 조기 어획량 미미…2000년 비해 지금은 반토막

 
  지난 18일 새벽 1시,서울 강서공판장에 트럭이 들어오고 짐칸에 실려 있는 스티로폼상자가 하역되기 시작했다. 짐을 나르는 인부들의 목소리와 경매장을 오가는 트럭들의 소리가 장내를 채우고 중도매인들이 물건을 살피며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새벽 3시가 되자 종소리가 들리고 경매가 시작됐다. 이날 거래된 물량은 8톤 정도. 그 중 5,7톤이 고등어와 오징어이고 나머지에 해당하는 4,3톤은 조기와 갈치와 같은 잡어였다. 금액으로 따지면 1억 2,000만원정도, 예년과 비슷한 거래다.

 강서공판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상돈 경매실장은 “요즘 고등어와 오징어가 많이 들어온다”며  “고등어의 경우 삼천포 · 흑산도에서, 오징어는 흑산· 진도·  안흥· 군산에서 많이 올라온다”고 했다. 그러면서“오징어의 경우 평균단가가 ABC등급으로 나뉘는데 한박스 6kg기준 A급은 2만 3,000원 B급은 2만원, 그리고 C급은 1만 7,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강서 도매시장 뿐 아니라 서울 시내 다른 도매시장도 고등어 가격이 비슷하게 형성돼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냉동 갈치의 경우 강서공판장에서는 수입산과 국내산의 비율이 50 대 50정도이다. 갈치 수입국은 세네갈과 중국 등이다. 특히 세네갈 갈치의 경우  400~600g짜리가 A· B· C등급으로 나눠 한상자에 5만원에서 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노 경매실장은 올 초만 해도 고등어의 경우 500g짜리가 잡히지 않아 그동안 노르웨이 등 수입 고등어가 그 자리를 채웠는데 올 하반기부터 500g짜리 고등어가 국내에서 잡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등어 공급이 늘어나면서 고등어값은 폭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 경매실장은 "추석을 앞두고 조기가 안 잡히고 있다”며 “현재 조기의 경우 130마리들이 조기 110g짜리 한상자당 20만원정도의 가격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노 경매실장은 “정부비축이 풀리는 8월말이나 9월초쯤 돼야 추석 전 물량 거래변화를 보일 듯하다”며 “추석 때 정부가 비축된 조기를 풀지 않으면 단가가 많이 뛸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추석이 다가오면 중국산 조기와 함께 부세도 많이 거래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7월 28일을 기점으로 정부는 메르스 종식을 사실상 선언했다. 하지만 여름 휴가철이 겹치면서 최근 물량거래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복영태 중도매인조합장은 “어류의 경우 특히 여름철은 물건이 많이 나가지 않는데, 휴가철과 겹치면서 물건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입을 열었다. 그의 말대로 어류를 담은 스티로폼 상자들이 경매장 곳곳에 쌓여 있었다. 복 조합장은 “메르스의 영향보다는 여름철 휴가와 같은 시기적인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남이 듣지 못하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여기 쌓여 있는 물건들은 결국 재고처리 되거나 덤핑처리로 싸게 팔리게 됩니다”
중도매인은 수협에 경매물건을 사서 중상인들에게 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진으로 이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이 마진이라는 것이 그날의 시세와 판매부진으로 인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복 조합장은 “현재 강서공판장의 중도매인은 45명 정도 남아 있는데 2000년도에 비해 지금은 반토막”이라며 “이곳에 남아있지만 경기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앞으로 비전은 밝지 않다”고 했다.

  또 복 조합장은 “요즘 먹거리가 다양해짐에 따라 생선은 안 먹는 분위기이다”며 “해가 갈수록 거래량이 떨어지고 원물시장이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말을 하면서 쌓여 있는 스티로폼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중도매인 사업이 사양되고 있는 이유를 복 조합장은 수산물유통구조를 들었다. 산지에서 소비자와의 직거래가 가속화될 뿐만 아니라 TV홈쇼핑, 대영마트 등 거대 기업들이 수산물 직거래 사업에 뛰어들면서 중도매인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는 것. 산지 출하주가 물량을 내놓으면 정가수의매매, 그리고 경매를 통해 중도매인이 그 물량을 매입 후 도매상을 거쳐 일반 가정으로 가게 된다. 직거래가 활성화된 상황은 쉽게 말해 중도매인들이 활동해야할 무대의 불빛이 나가버린 것과 같은 것이라고도 했다.
 
  경매장 한쪽에 마련된 작은 포장마차에서 사람들은 간단하게 요기를 때우기도 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트럭들이 빠져나간 경매장은 한산하고 경매를 마친 중도매인들은 거래처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고 분주했다. 스티로폼을 나르는 한 상인에게 “요즘 불경기인데 괜찮으냐”고 묻자 “다 지나가겠죠” 라고 했다.  새벽 4시, 강서공판장에도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이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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