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쪽 공직자들이 고기 잡는 거만 생각하고 있으면 안 된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수산 쪽 공직자들이 고기 잡는 거만 생각하고 있으면 안 된다"며 "한국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틀 속에서 수산을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산업혁명 이후로 땅에 대한, 대륙에 대한 개발을 많이 해 왔기 때문에 대륙개발은 이제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건 해양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해양강국들이 수산자원은 물론이고 그 해저에 깔려있는 자원에 대한 개발 의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 해양 분쟁은 갈수록 심화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성귀 해양수산개발원장(KMI)은 수산정책에서 어촌에 대한 관점을 이제 바꿔야 할 시점“이라며 ”어촌 어항 어장을 어촌주민의 배타적 공간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간으로서 전환시킬 수 있는 창조경제 공간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양주권과 관련해서는“우리나라가 중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대(對)중 의존도를 줄여 나가고, 적어도 우리 국가안전을 자력으로 지킬 수 있는 해군력과 해양경비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실에서 가진 대담에서다.
 

△ 김성귀 KMI원장(이하 김 원장): 원장님,  요즈음 어떻게 지내십니까? 저도 원장이라서 누가 들으면 혼란스러울까 봐서(웃음) …오늘은 기획재정부장관도 하셨으니까 부총리님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전윤철 전감사원장(이하 전 원장): 이것저것 하는 일이 적지 않아 그냥 바쁩니다. 오늘도 일산킨텍스(고문)에서 업무보고를 한다기에 일찍 나왔습니다.


△김 원장: 회고록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를 언론을 통해 들었습니다. 잘 되고 있으신가요?
△ 전 원장: 원래 회고록이라는 게 참회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초안이 너무 미화됐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쓰던지 할 생각입니다. 회고록은 자기 인생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솔직한 고백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공직과 사회생활서 잘못한 부분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너무 없어 보류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 해양수산부가 부활됐습니다. 국가 미래를 위해 해양수산부가 어떤 기능을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지난번 해양수산부 부활 때 “이명박 정부 때 해양수산부 폐지는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이제 문제는 부활된 해양수산부에 무엇을 담을 지가 과제라고 말씀하신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 해양수산부가 무엇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잘 되고 있다고 보시는 지요?
△전 원장: “지금 뭘 담고 있는 진 모르겠는데요. 지금 어민소득이 농민소득보다 적고, 농민소득이 도시 근로자 숫자보다 적습니다. 아마 어민 숫자가 계속 줄고 있을 겁니다. 서울의 비대칭을 막고 균형개발을 위해서는 어항이  하나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면 경관이 좋은 어항을 관광지로 개발해야 합니다. 내가 수산청장 했을 때  어항법 개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항개발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글로벌 패러독스’란 책이 있는데 그 책에서 저자인 존 나이스비트가 강조한 얘기는 21세기는 관광 여행 산업중심으로 개편 될 수밖에 없어 21세기 최강 산업은 서비스 산업이라는 얘기를 강조합니다. 조선, 전자, 철강 이런 것들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던 모태산업인데 이것이 한계가 왔다는 얘깁니다. 우리나라도 서비스 산업 위주로 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항이 일정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스비트 얘기는 앞으로 관광서비스가 21세기 주요산업이 될 것이란 얘깁니다. 그 근거는 이거에요. 정보통신이 발달하고 인종이 늘어나다 보니까 우리 같은 한민족은 한족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고  다른 인종의 문화는 어떤 것일까 이런 호기심 때문에 세계여행이 늘어 난다 이겁니다. 거기에 항공산업이 발달해서 세계에 안 들어가는 데가 없고 인터넷이 발달하니까 부킹하기 좋아 여행 관광산업이 앞으로 21세기 전략사업이 될 것이다 이것이 존 나이스비트의 논리에요.“그러면서 전 원장은 어항이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항법은 그가 96년 수산청장 때 어항 개발에 민자를 투입할 수 있도록 만든 법이다. 어항을 관광지로 만들어 어촌소득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인지 그는 어항개발과 관련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 김 원장: 수산정책에서 어촌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할 시점입니다. 해양수산부의 정책 대상 공간은 다른 부처와 달리 육지와 바다이며 특히 어촌 어항 어장 등  세 개의 공간은 수산정책의 핵심 공간입니다. 수산물의 어획과 채취를 통한 어업 소득에 의지하는 어촌소득이 아니라 어촌 어항 어장의 수산자원 생태자원, 역사 · 문화 자원, 전통자원 등과 공간의 특성을 융· 복합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함으로써 어업 외 소득 창출 공간으로싸 어촌을 재인식해야 할 겁니다. 어촌 어항 어장을 어촌주민의 배타적 공간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간으로서 전환시킬 수 있는 창조경제 공간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총리님께서 말씀하신대로 특히 어항은 6차 산업의 중요한 공간 중 하나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전원장: 해양수산부는 어족자원…중요한 식량자원인데 이 식량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을 강구해야 합니다.  KOICA(해외원조자금) 자금 등을 활용해  어족자원을 확보하는 수산외교가 필요합니다. 또  한일 간의 어업분쟁이 심화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제주도에 어업분쟁을 조절할 수 있는 국제기구를 하나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겁니다, 옛날 내가 수산청장일 때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겁니다. 제주도는 한·중· 일 중간지점이니까 여기에 뭔가 국제 분쟁 조정소를 3국이 파견해 만든다면 분쟁 조정에 도움이 될 것 아니겠습니까.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도 상시적으로 다룰 수도 있을 거고요.
 남해안에 관광진흥법. 한려수도 개발하면 어장이 남아나지 못할 것 같은데요.  해수부 장관이 이런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해양개발에 대해서는 패키지로 해양개발을 어떻게 하느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국무회의에서 소리 내고 떠들고 예산 확보하고 수산하고 해양에 대해선 완전히 쥐고 이런 역할을 해야 생명력이 생길 것 아닙니까?”
이번에 내가 완도 갔다 왔는데 연안어장이 썩고 있어요. 완도에 전복이 썩고 있다는 그 얘기 들었습니까? 완도에 썩고 있는 현장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플랑크톤이 부족해서…그러니까 우리나라는 리아스식 해역이라서 플랑크톤이 들고나고 하는 게 양이 적어요. 그런데 거기다 때려 넣어서 밀식 하다 보니 영양부족으로 수율이 떨어진다 이겁니다.

전원장은 과거 별명이 ‘핏대’였다. 사리에 맞지 않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할 얘기를 해 붙여진 별명이다. 수산청장 초임 때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어민들을 만날 때도 그는 당당하게 어민들에게 할 얘기를 했었다.
“그러면 밀식 줄여야 할 거 아닙니까.  그리고 수산업법에  20년인가 되면 면허 갱신할 텐데 그 때 어장 깨끗이 관리하지 않은 사람들은 면허 취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왜 그런 걸 안 해요. 해양수산부장관이 얼마를 하더라도 소리를 내면서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국무회의에서 자기 목소리 내고 떠들고 예산 확보하고 수산하고 해양에 대해선 완전히 쥐고 이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얘깁니다. 하루를 해도 장관이지 않습니까?”

△김원장: 수산업의 존재 가치는 무궁무진하며, 다가올 글로벌 식량위기에서 대응부터 바다자원을 이용한 첨단산업까지 다양한 가치가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수산정책의 미래산업화를 표방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중 FTA가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미 수산업은 시장이 많이 개방되어 있으며, 앞으로 수산업의 발전방향을 식량안보 차원으로만 보는 것은 좁은 시각입니다. 다만, 지금의 체제로는 미래 산업으로의 발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산업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는 새로운 틀을 짜야 할 때라고 판단됩니다.
 또 우리 수산업은 생태계 기반 자원관리로의 이행, 양식의 첨단산업화, 유통가공의 식품, 비식품 융·복합 산업화, 어촌의 6차산업화 등 산적한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글로벌 수산환경에서 지속가능한 발전과 미래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시기입니다. 이번 한·중 FTA는 그러한 측면에서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하고  KMI에서는 수산업의 미래산업화를 위한 관련 연구에 더욱 매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전 원장: 수산은 수산으로 끝나면 안 돼요. 수산쪽 직원들이 밤낮 고기 잡는 것만 알기 때문에 발전이 없었던 겁니다. 유교 원리가 지배한 싱가폴 경제하고 아담스미스가 지배한 홍콩 경제하고 비교를 해보세요“


그러면서 전 원장은 기자에게 “고기 잡는 거나 생각하고 있으면 되나. 한국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틀 속에서 수산을 봐야지”라고 했다.
“가까우니까 직설적으로 얘기하는데 수산이 수산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안 돼요. 시야를 넓혀야 돼요…”
그러면서 잠시 침묵이 흘렀고 대화는 끝났다. <정리 안서진 기자>


 

저작권자 © 수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