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어장 하전갯벌, 아이에겐 경험을 어른에겐 추억을
전국 바지락의 40%를 담당, 어가 당 연소득 7000만원

 
갯벌은 놀이터다. 바다가 고향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갯벌서 뛰놀다 어느새 물이 발목까지 차올라 아쉬워하며 집에 간 기억이 있다. 전남 고창 하전갯벌은 람사르 습지 지정과 유네스코 생물관 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그곳에 가면 추억 속 그 갯벌을 만날 수 있다. 풍천장어로 유명한 고창군은 알고 보면 전국 최대의 바지락 생산지이다. 국내 바지락의 40%를 담당하는 하전공동체가 그곳에 있다.

하전공동체는 지난 2001년부터 자율관리 어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회원수는 169명이고 평균 연령은 64세이다. 이들 대부분은 하전갯벌에서 바지락을 생산하며 살아가고 있다. 

80년대 이후 무분별한 간척사업으로 많은 갯벌들은 그 크기가 점점 작아졌고, 사람들은 자연의 따스함 보다는, 차가운 콘크리트가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공동체 참여 이전 하전공동체 역시 공동 어장 내 불법어장과 해양쓰레기 투기 등으로 갯벌은 그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IMF로 인한 경제 불황의 손길에서 하전공동체 또한 자유롭진 못했다. 사람들은 지금 당장이 중요했고, 미래를 위한 자원의 보존은 생각할 수 없었다. 무분별한 포획은 당장은 큰돈을 만질 수 있게 해줬지만, 갯벌의 자기복원 능력을 뺏어갔다.

그러던 중 하전공동체 회원들은 갯벌의 낮은 신음 소리를 들었다. 자신의 손자, 손녀들에게 갯벌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주민들은 무분별한 포획을 멈추고 해안가 및 어장에 대한 환경 정화 사업을 시작했다.

또한 2004년에는 하전갯벌 체험 마을의 문을 열고 매년 어린이들에게 갯벌에 생동감 있는 모습들을 전해 줬다.

아울러 주기적으로 연안관리를 통해 청정갯벌생태를 유지했고 지난해에는 어장 생태 복원 사업비 18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들의 애정에 대한 보상으로 갯벌은 바지락의 질과 양을 올려줬고 그 덕에 하전공동체는 지난해 한어가 당 평균 7000만원에 수입을 올렸다.

앞으로 하전공동체는 세계에서 인정받은 하전 갯벌의 환경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바지락을 고창 BR로고(생물권 보전지역) 를 통해 브랜드화 해 갯벌 체험 프로그램의 다양화 및 차별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하전공동체는 생산·가공·유통·체험이 합쳐진 6차 산업의 요충지로 거듭나 친환경 공동체로 위상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하전공동체가 갯벌에 대한 이런 마음을 유지한다면, 지금 아이들에 자식들도 갯벌서 뛰어 놀다 어느새 발목에 찬 바닷물에 아쉬워 한 경험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 추억은 세대를 연결하는 하나의 고리가 된다. <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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