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래소, 실뱀장어 CITES 등재 전망...국내산 민물장어 못 볼지도
CITES 등재 둘러싸고 물밑 전쟁 치열...미국 등 찬성, 한·일·중·대만 반대
2016년 10~11월경 CITES 총회 개최

 
3000억원대의 국내 내수면 시장에서 약 60%인 2000억원대를 차지하는 국내 민물장어 양식산업이 조만간 최대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민물장어 치어가 2016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등재가 유력시되면서  실뱀장어 수입 의존도가 80~90%에 이르는 국내 민물장어 양식업계의 대지각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대만,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남미 등 전 세계 실뱀장어의 무역은 거래 허브국인 홍콩의 총 4개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현재 홍콩 거래소 및 현지 수출업체 측 입장에서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에서 올해 초 전 세계 실뱀장어 거래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자포니카종 실뱀장어를 멸종위기종(EN 등급)으로 지정하자, 다음 시즌에 국제 거래가 어떻게 변할지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원칙적으로는 각 국가마다 실뱀장어의 해외 반출은 금지하고 있지만 규제가 느슨해 각국의 묵인 하에 수출 및 수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홍콩 거래 시장에서는 유럽산(앙길라앙길라종)의 실뱀장어가 지난 2007년 CITES 등재된 후 약 5년의 유예기간을 둔 뒤 2012년에 국제간 공식 거래가 완전히 금지된 전례가 있어, 이번의 경우도 미국이 전품종의 실뱀장어를 CITES 총회에서 등재를 주도해,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소재 실뱀장어 수출업체 HSEC민물장어종묘비즈니스센터 이춘형 회장은 "국제 시장에서는 이번 IUCN의 멸종위기종 지정을 마치 입법 과정에서 계도 기간을 두는 것처럼 CITES 등재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전략연구팀 김신권 박사는 "2015년 9월 CITES 회원국들이 사무국에 등재 제안서를 낼 계획"이라면서 "이때 민물장어 실뱀장어의 등재 제안의 여부, 등재 품종의 범위에 따라 2016년 열릴 총회에서의 등재 및 향후 거래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CITES 등재를 앞두고 등재 찬성 국가와 반대 국가들 간의 대응 논리 개발이 치열한 상황이다.

CITES 찬성 국가인 미국 등 선진국은 멸종위기종인 실뱀장어를 전 세계적인 수산자원 보호차원에서 등재 논리를 펴고 있다.

또 미국 정부는 지난해에 올해부터는 자국 내 북미산 실뱀장어(앙길라로스트라타)의 채포 및 수출을 금지할 예정이었지만 자국 어민들의 반발로 대신 쿼터량을 기존 8톤에서 올해 5톤으로 줄인 상황이다.   

또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경우, IUCN이 자포니카종 실뱀장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자 일본, 중국, 한국, 대만 등 동양 4개국의 민물장어 소비 시장에 주목, 민물장어가 막대한 경제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어종임을 최근 파악해 CITES 등재를 찬성하는 쪽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IUCN의 멸종위기종 지정 이후부터 실뱀장어(앙길리비콜라비콜라)의 반출을 막기 위해 생물 수출 통관 절차에 최근 X-RAY투시 검색제를 도입했다. 필리핀도 수출 통관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중국, 대만, 일본, 한국의 경우는  '등재 논리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기존 대응 논리가 사라진 상태에서 새로이 CITES 등재 반대 논리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김신권 박사는 "현재로는 각국들이 모여 자연산 실뱀장어의 자원 보전 활동의 노력과 관련해 협의 중"이며 또한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동양 4개국의 실뱀장어 자원 보호 활동을 소개해 홍보를 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편 자포니카종 실뱀장어는 태평양 적도상의 산란지에서 해류를 타고 북상해 대만, 중국의 푸젠성, 상하이 연안을 거쳐 한국, 일본으로 이동한다.

중국은 해류를 따라 푸젠성, 상하이 연안에 이르는 실뱀장어를 연간 평균 200톤(1kg은 약 5,000마리)을 채포해 자국이 약 100톤을 양식 및 소비한다. 나머지는 홍콩 통해 50~70톤은 일본으로, 10톤가량은 한국으로 수출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홍콩은 중국의 자유무역특구로서 무관세, 허가 규제가 없는 지역이므로 중국은 이곳을 통해 합법적으로 무역 거래를 하고 있다.

또 다른 홍콩의 수출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 시장에서는 실뱀장어가 CITES에 등재될 경우 중국은 실뱀장어 수출업을 양식업으로 전환해 성어나 가공식품으로 수출하면 되므로 강대국으로서 외교상 마찰을 일으키면서까지 CITES 등재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자포니카종 실뱀장어의 첫 채포 지역인 대만의 경우는 현재 자국 내에서 실뱀장어 해외 반출이 금지돼 있지만 묵인 하에 홍콩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CITES 등재 반대 입장이다. 하지만 대만의 경우 실뱀장어가 CITES에 등재 되면 마찬가지로 실뱀장어 수출업을 양식업으로 전환, 기존의 가바야키 가공산업과 통합해 육성할 것이라는 게 홍콩 수출업체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연간 10만톤의 민물장어 소비 대국인 일본의 경우는 활어가 아닌 가바야키, 우나기 등 가공식품으로 소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CITES 등재에 대해서는 자국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실뱀장어 채포업체들은 현재 CITES 등재를 찬성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춘형 회장은 “최근 일본 실뱀장어 채포업자들이 홍콩의 한 수출업체들을 찾아가 중국이 불법적으로 일본으로 수출하는 상황에 대해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정부와 양만연합회 측은 CITES 등재 반대의 입장이다. 실뱀장어의 수입이 금지될 경우, 양만업계의 타격이 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은 대부분 가공 식품으로 소비하고 있어, 민물장어 원물 공급이 부족할 경우, 가공업체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격 폭등으로 그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도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주로 활어가 아닌 가공식품으로 소비하므로 CITES에 등재될 경우, 차후에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으로부터 성어를 수입하거나 가공식품으로 수입해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해외 시장 및 홍콩 실뱀장어 수출업체들의 시각은 한국 양식업체들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홍콩 거래소 분위기를 보고 왔다는 중남미 북미산종(앙길라로스트라) 채포업체 관계자는 "해외에서 보는 시각은 민물장어 생산량의 약 90% 이상을 실뱀장어 수입(자포니카종, 북미산종, 필리핀산종)에 의존하고 있어, 동양 4개국 가운데서 한국 양식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다.

또 그는 "유럽산종이 CITES 등재 후 5~6년의 유예기간을 둔 것처럼 이번에도 유예 기간을 둘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CITES에 등재되면 2020년경 이후 실뱀장어의 거래가 전면 금지되므로 속히 정부든 양만협회든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 없이 CITES에 등재될 경우, 현 상태로라면 국내 내수면 어업 총생산액 약 3000억원대에서 2000억원대를 차지하는 국내 민물장어 양식업 시장은 그 비중이 붕괴 수준으로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간 순환여과식 등을 포함 막대한 시설비를 투입했던 국내 민물장어 양식 업체들도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신권 박사는 " CITES에 등재될 경우 국내 민물장어 양식업계는 매우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본다"면서 "양만협회 차원에서도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구성엽 기자>

저작권자 © 수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