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어민이 주인'"이란 의식으로 100% 깨끗한 바다 만들겠다"

 
 조선시대 학자 우암 송시열은 함경도 덕원에서 동해안을 따라 경남 거제도로 유배를 가던 중 날이 저물어 강원도 속초 대포항에 한 마을에 머물게 됐다. 하지만 폭우로 물이 불어 며칠 더 머물러야 했고 그는 떠나면서 '물에 잠긴 마을'이라 하여 이 마을을 '물치'라 불렀고 현재는 내물치라 불리고 있다.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오던 내물치공동체 주민들은 지난 2006년 자율관리어업에 참여하게 된다. 평균연령 60세인 마을주민 52명이 힘을 모아 시작한 내물치 공동체는 전복, 성게, 해삼 등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왔다.

 자율관리어업에 참여한 초창기에 회원들의 무관심으로 내물치공동체는 더딘 발전을 보였다. 자율관리어업이 생소했고 작은 의견 충돌로 좌충우돌 하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원들의 공동체의 중요함을 깨닫기 시작했다. 회원 대부분은 현지에서 태어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어렸을 때부터 동고동락하며 희노애락을 함께 나눈 내물치공동체는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과 단결력을 무기 삼아 변하기 시작한다.

 주생산 품목인 전복과 해삼 등의 어획량 증대를 위해서 내물치공동체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선택했다. 매주 수요일 자망어업을 하는 회원들이 어업을 하지 않는 자망어업 주1회 휴어제를 운영했고 매년 10월 ~ 11월에 전복 채포를 금지했다. 또한 9cm 이하 전복과 8cm 이하 해삼에 대해서도 채포를 금지했다. 이 결과 내물치공동체 회원들은 자율관리어업 참여 후 소득이 30% 증가하며 연 평균 5000만원에 소득을 올리는 공동체로 성장한다.

 내물치공동체가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은 바다환경 정화다.
 특히  "바다는 어민이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정화 활동을 펼쳐나갔다. 조업 중에 발생하는 폐수는 바다에 버리지 않고 지정된 용기에 담아 정해진 장소에 버렸다. 또한 조업 중에 해상에 떠다니는 폐어망과 쓰레기를 솔선수범하는 마음으로 배에 싣고 돌아왔다. 내물치공동체는 해안가 청소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실시하며 어민 모두가 깨끗한 환경에 앞장서도록 의식을 바꿔나갔다. 

 내물치공동체의 이러한 노력들은 지난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내물치공동체는 '어업인의 날 모범어촌계' 해양수산시책 종합 평가에서 우사상인 강원도지사상을 받았다. 이보다 앞선 11월에 해경청은 바다를 정화하기 위해 내물치공동체가 그동안 보여준 성과에 보답하고자 해양경찰청상을 수여했다.

 내물치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김영준(53) 위원장은 "자율관리어업에 참여하면서 개인보다는 전체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됐다"면서 "공동체 회원끼리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며 모두를 위한 공동체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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