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신문 창간 10주년 기념/원로에게 길을 묻다/전윤철 전 감사원장

해수부 폐지는 시대적 상황, 역사적 배경 등 고려 않은 잘못된 판단

대담: 문영주 편집국장

전윤철(74세) 전 감사원장,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카랑카랑했다. 얼굴 주름이야 세월을 이길 수 없었겠지만 세월이 그의 생각이나 철학까지 늙게 하진 못한 모양이다. 그는 여전히 공정거래위원장이었고 부총리 겸 기획재경부장관이었으며 감사원장이었다. 여전히 사고는 논리적이었고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그는 해양수산부 부활과 관련, “이명박 정부 때 해양수산부 폐지는 시대적 상황, 역사적 배경 등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이제 문제는 부활된 해양수산부가 여기에 무엇을 담을 건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산에 대해서도 “원시적인 과거 수산업에 매달리는 그런 생각이나 비전가지고 수산의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며 인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는 지요? 회고록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현재 회고록을 쓰고 있다. 초안 내용이 나와서 봤는데 너무 자화자찬 일색이다. 원래 회고록이라는 게 참회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초안은 너무 미화됐다. 편향돼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쓰던지 할 생각이다. 회고록은 자기 인생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솔직한 고백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공직과 사회생활서 잘못한 부분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너무 없어서 보류중이다.”

-회고록 안에 비사가 많이 들어있나요?
“많다. 영원히 묻고 가야할 비사도 있고, 알려서 의사결정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있다. 물론 알려야 하는 데 미처 안 쓴 것도 있다”

-수산청장 공정거래위원장 기획예산처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 감사원장 등 7개 독립부처 기관장을 맡으셨는데 특별히 애착이 가는 직책이 있었습니까?
그는 소년 같은 특유의 엷은 미소를 보이며 기자를 빤히 쳐다봤다. 어디 한 군데를 찍어 말하기가 곤란하다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각 직책마다 특색이 있다”며 애착을 특색으로 바꿨다.  “1995년 수산청장부터 시작해서 공정거래위원장, 기획예산처장관, 경제부 총리, 감사원장 등 모두 특색 있는 자리였다. 행정관청마다 특성이 있고 의사결정 대상이 다르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경제기획원 과장 때 여러 곳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정거래법을 통과시켰던 일이다. 재계는 물론 산업담당부서 등 내부의 반대 역시 컸으며 많이 싸우고 토론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됐을 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 거론되는 경제민주화도 공정거래법의 공정한 집행이나 다를 바 없다”


-최근 해양수산부 부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1996년 해양수산부가 탄생했다. 국제해양질서의 재편에 따라 앞으로 국가 번영과 관련, 해양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해양수산부가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100여년 전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간의 충돌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100여년 전 현상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도 국제사회에서 G2인 중국과 해양세력인 일본과 해양을 둘러싼 충돌이 계속 되고 있다.
국제해양법은 공법인데 여러 변화를 겪었으며 국제해양질서 기본 원리 또한 변화했다.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중심으로 영토 확장이 가능해졌으나 공해상 자유는 제한됐다. 해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대륙붕 개발 등을 다뤄야 하는 데 이것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데가 없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해양수산부 폐지는 이런 시대적 상황, 역사적 배경 등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해양수산부 부활은 해양과 관련, 국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에서 다행스런 일이다. 그 안에 무엇을 담을지가 큰 과제이다“
그러면서 “해양수산부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며“항만건설도 중요하고 수산자원보호도 중요하지만 해구별로 어떤 수산자원이 얼마나 있는지 이런 기본적인 통계가 있어야 한다”고 통계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과거 한 · 일어업협상 시 문제가 됐던 쌍끌이 파동도 해구별 통계가 없던 것등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200해리 문제도 동해는 일본과, 서해와 남해는 중국과 충돌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양수산부가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대륙붕 문제도 “국제해양법상 대륙붕은 대륙붕이 뻗어 나간 나라에서 관리가 가능토록 돼 있는데 이것을 앞으로 어떻게 풀어 나갈지 문제”라며 “대륙붕이 얼마나 뻗어나가는지 등을 알려면 공부해야 할 부분과 추진과제가 한 두 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해양과 관련, 국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산적…“공부 많이 해야”
“원시적인 과거 수산업 매달리는 생각 · 비전 가지곤 미래 설계 안돼”

-한·중·일 해양영토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앞으로 3국은 숙명적으로 많이 부딪힐 것이다.
한·일 간에는 독도 문제가 걸려 있고 중·일 간에는 센카쿠 열도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이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수산청장 재직 때 제주도에 한·중·일 EEZ에 대해 공동관리 위원회를 두고, 토론 등을 통해 문제해결을 하는 기관을 만들고 싶었다“

-화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기획예산처장관을 하셨으니까 수산예산을 확대하는 방법이나 기술이 있다면 좀 가르쳐 주시죠.
“예산이라는 것은 사업에 대한 숫자적 표현이다. 국가세금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업 우선순위를 정해 배분하는 게 예산이다. 해양수산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들이 다른 부처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보다 더 우선해야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예산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업 내용이 어떤 것이냐가 중요하다. 또 해양수산부는 새로운 과제를 많이 안고 있기 때문에 장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추진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하며, 사업 우선순위가 높다는 것을 인정받아야 한다”

-정책개발의 노하우가 있습니까?
“정책개발 노하우라는 게 별도로 있는 게 아니다. 문제가 됐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인터넷 시대가 들어섰을 때 시대 흐름을 예측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농경 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다시 인터넷 혁명을 통해 정보화 시대로 변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가 가는데 100년이 걸렸다면, 산업사회가 정보화 사회로 가는데 1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본다. 사회변동성이 그만큼 빨라졌다는 얘기다. 인터넷 창시자 팀 버너스 리는 “예측하고 바꾸려고 하면 지나가 버린다” 며 “변화에 어떻게 빠르게 대응할거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책개발 역시 변화 조짐을 발견하는 예지가 있어야 하며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이 일상에 매달려 위로부터 지시나 받고 하면 변화를 수용할 수 없다”며 “수산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도처에 문제가 산적해있다. 공직자들이 미래를 내다보려면 끊임없이 공부하고, 예측하고, 행동하는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만약 다시 수산정창이 된다면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십니까?
“수산관련 통계를 정비하고 싶다. 어족자원이 어디에, 어떤 종류가 얼마나 있는지 지도를 만들어 통계를 통해 파악하고 싶다. 또 어항을 단순한 수산물 양륙기지가 아닌 관광지로 탈바꿈 시키고 싶다. 어가소득이 도시근로자, 농가 소득보다 낮고 WTO 이후 소득격차가 더 벌어졌다. 소득이 높아지면 레저와 여행이 주요 기관 산업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존 네이스비츠는 ‘글로벌 패러독스’라는 책에서 “21세기 주요산업은 관광”이라고 했다. 어항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싶다. 어항이 어획물 양육 전진기지로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광지로서도 가능성이  더 크다. 내가 수산청장을 할 때 벌써 민자 유치를 할 수 있도록 했으나 아직까지 속초 대포항 이외에는 민자를 투자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원양어업과 관련해서는 공해 상 어획 제한이 있기 때문에 연안국에 해외원조자금 지원이나 합작사엄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감사원장 재직 시 해양수산부 업무를 많이 들여다보셨을 텐데요?
“감사원장 재직 시 직원들에게 해양수산부 감사 시에는 어족자원 통계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감사해 안 돼 있으면 통계를 만들도록 하라고 했으며 우리나라 EEZ 활용방안과 마스터플랜이 있는지를 감사하라고 했다. 또 한 · 중 · 일 EEZ 충돌 시 그것에 대한 예방조치가 어떻게 돼 있는지를 알아보라고 했다. 그러나 감사 결과 미흡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면서 “원시적인 과거 수산업에 매달리는 그런 생각이나 비전 가지고는 이제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선진적 수산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수산인은 “그가 우리 수산인에게 보여 준 애정을 많은 수산인들이 간직하고 있다”며 “그가 아직 수산인 곁에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수산인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 이사장직을 맡은 그는 “세계평화와 민주주의발전, 인권신장 및 화해와 용서로 풀이되는 김대중 정신을 면면히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며 “여건이 주어진다면 기념관 컨벤션 룸에서 120여명의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 중 현재 국제정치를 하는 넬슨 만델라, 아웅산 수치, 지미 카터, 오바마 대통령 등을 초청해 세미나를 하고 싶다”는 희망을 얘기하면서 얘기를 끝냈다.<정리=명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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